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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만 제대로 알아도 돈 번다
ROE는 ‘Return on Equity'의 줄임말로 자기자본이익률이라고 번역된다. ROE가 주주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주주들이 낸 자본금으로 기업이 얼마나 높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ROE를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수익률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기업 경영진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주가가 반드시 ROE와 연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ROE는 세 가지 측면에서 기업과 경영진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즉, 수익성과 자산운용, 레버리지의 세 가지 측면에서 기업의 체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우선 ROE는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ROE가 높을수록 투자자가 투자한 자금으로 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어떤 기업의 ROE가 10%라면 주주가 투자한 돈 100원 당 10원어치의 자산이 창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이 5%의 ROE를 기록한 데 그쳤다면 자본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ROE는 내가 투자한 기업이 투자 자금으로 새로운 자산을 창출해내고 있는지 그렇지 않고 그저 현금을 까먹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이밖에 ROE는 기업간 비교 뿐 아니라 채권과 주식의 투자 매력을 따지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즉, 예금 금리가 6%인데 어떤 기업의 ROE가 3%라면 이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ROE를 통해서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운용, 레버리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본래 ROE를 구하는 공식은 ‘1년 동안의 순이익 ÷ 자기자본’이다. 이 공식을 세 가지로 늘려보자. 그러면 ROE는 ‘(1년간 순이익 ÷ 1년간 매출액) × (1년간 매출액 ÷ 자산) × (자산 ÷ 자기자본)으로 펼쳐진다. 분모와 분자의 같은 값인 매출액과 자산을 상쇄시키면 결국 처음과 같은 공식이 된다. 공식을 세 가지로 늘려도 결과는 같은 값이 되는 셈이다.
첫 번째 식인 매출에 대한 순이익은 기업의 이익률(수익성)을 보여주며, 두 번째 자산에 대한 매출은 자산회전율을, 마지막으로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은 레버리지를 나타낸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면 ROE는 단순히 내가 투자한 자금에 대해 기업이 얼마의 이익을 벌어 주고 있는가를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영진이 얼마나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ROE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
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 다시 말해 이익률에서 투자자가 알 수 있는 것은 기업의 가격 결정이 얼마나 적합한가 하는 문제이다. 이 때 순이익과 매출액은 기간이 같아야 한다. 가격 결정은 제품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일 뿐 아니라 결국 기업의 이익률은 물론이고 경영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통상 마케팅 영역에 포함되는 가격 결정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적정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기업 경영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매출이 많은 기업이라고 해도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주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익률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팔기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빼고 남은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익률은 기업이 얼마나 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기업의 경영진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처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률을 제고한다. 때로는 경영진이 ROE를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제품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까지 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높은 이익률은 높은 ROE로 연결된다.
이익률은 시장이나 산업 내에서 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또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가격 결정이 이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의류나 식품과 같이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의 경우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대단한 차별성을 가진 제품을 개발한 후 경쟁사에 비해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하더라도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의 대체 상품을 선호하거나 경쟁사들이 해당 제품을 손쉽게 모방할 수 있다면 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반면 전력회사는 어떠한가. 정부에 의해 보호를 받거나 민영화된다 해도 대단한 규모의경제와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가진다. 웬만한 자본으로는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덤벼들 수 없는 사업이니 진입장벽도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워런 버핏이 좋아하는 코카콜라와 같이 진입장벽을 높게 두른 기업이나 시장에서 대단한 독점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기업이라면 가격을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ROE를 결정하는 요소 중 이익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 단위의 자산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이 나오는가를 나타내는 자산회전율(Asset Turnover)이다. 펼쳐진 ROE 공식에서 두 번째 부분에 속하는 (매출 ÷ 자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자산 한 단위 당 창출하는 매출이 많다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고정자산으로 묶인 부분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회전율은 단순히 자산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도 높일 수 있다. 자산의 대부분이 재고와 매출채권인 기업을 한 번 생각해보자. 공장이나 대규모 설비와 같은 고정자산은 거의 없고 유동자산인 재고와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은 기업은 재고회전율을 높이거나 매출채권을 줄이는 것으로 ROE를 높일 수 있다. 한 단위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투입하는 자산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보유한 현금으로 다른 기회를 모색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기업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주주들의 투자자본에 대한 이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투자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높은 ROE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이익률(순이익/매출액) 뿐 아니라 자산회전율도 높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